Page 126 - 2018~2019 강원도 마을공동체 우수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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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마을생활 주민들이 들려주는 우리마을 이야기
공동체 활동내용과 성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해를 기억하며
2019년 직접 찾아가는 정(반찬) 지원사업은 소중한 첫 삽을 뜨게 되었고, 한 달에 한 번 3시
간 남짓한 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음식들은 통장님들을 통해 추천받은 35세대에게
전달하였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참으로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한 달
이라는 기간이 참으로 짧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과정은 길지만, 결과물
은 참으로 간단하지 않은가. 새로운 달의 시작과 동시에 어떤 반찬들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고, 영양소와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매달 정해
진 날 아침부터 모여 40인분에 가까운 양의 4가지 반찬을 3시간 만에 만들고 하나하나 배달
할 수 있도록 용기에 담고, 밀봉하고 포장했다. 밑반찬을 받는 대상자 대부분이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다 보니 한번 찾아갈 때면 참으로 반갑게 맞아주셨다. 오랜만에 말벗할 상대가 나
타나서인지 어르신들은 연신 반가워하셨고, 우리는 어디 편찮으신 곳은 없는지 여쭙고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연탄불은 잘 피고 있는지 안방은 따뜻한지 불편한 곳은 없으신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눈동자는 집안 곳곳을 살피며 고쳐야 할 곳이 있는지 구조물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혹시 주변에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어르신
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필수로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해가면서 12월까지 같
은 일상들이 되풀이되었고, 주민센터와 협의체는 떨어질 수 없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2019
년을 보람차고 알차게 보내게 되었다.
우리는 단순하게 저소득층에게 밑반찬을 연계하는 서비스가 아니었다. 제공·연계를 뛰어넘
어 어려운 이웃, 외로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뵙고 적어도 매달 한 번 이상은 무탈하신지 살
펴보자는 공동체 의식의 기반에서 출발한 것이다. 어느 날은 배달을 나섰는데 어르신 한 분
이 문을 두드려도 기척을 하지 않으셨다. 평소에 거동이 불편하셨던 어르신이라 집을 비우시
는 일이 없으시다 보니 이상한 마음에 저녁 무렵 다시 가서 문을 두드려 보았다. 여전히 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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