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치에서 소통과 협치로

    현대사의 흐름에 따른 사회문제와 제안

    사회적협동조합 교육과 나눔 나정대 이사

       최근 우리나라는 학령인구 감소와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1인가구의 증가, 수도권 집중현상 강화 등의 현상을 겪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소득 감소, 경기침체로 인한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및 무급휴직 강요, 기업의 전반적인 고용규모 축소에 따라 청년들의 일자리 감소, 급격한 집값 폭등으로 인한 빈부격차의 폭발적인 증가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분야별로 정리해보면 인구, 소득, 일자리, 청년, 부동산, 지역격차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지점은 하나의 문제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의 가짓수도 여러 개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살펴보면 작은학교의 폐교, 지방대학의 위기, 유아교육과 및 교육대학교와 사범대 졸업생들의 임용의 어려움, 작은 학교 여러 곳을 순회하며 수업을 해야하는 현직교사의 업무부담 가중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나의 문제라고 보이는 현상의 이면을 살펴보면 참으로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하나만 해결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모든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이러한 종합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경우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관계로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검토가 쉽지는 않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접근이 가능하다. 재정주체간 기능비교 1) 에서는 국가의 예산관리방법을 ‘단일한 편성(기재부)으로 집행의 다각화(각 부처)’라고 표기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관리방법에 대해서는 ‘지자체별 독립성·자율성과 국가 이양사무의 처리 등 타율성 공유’라고 표기하고 있다. 즉 국가 이양사무의 경우에는 중앙정부의 예산지침을 따라야 하나 그밖의 지자체 고유사무에 대해서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각 지자체별 고유의 문제가 다를 수 있으므로 해당 문제에 대해 재원을 더 투입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고, 자주재원 비율도 높지 않은 강원도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로 한정해서 문제를 살펴보면 위에서 제기했던 학령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1인가구의 증가, 수도권 집중현상 강화 등의 모든 부문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강원도와 18개 기초지자체는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 건설 관련 예산을 따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결과로 강원도에도 많은 도로와 철도가 개통되었거나 개통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 확충의 효과는 속초와 양양, 원주와 춘천 등 일부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 나머지 지역에는 효과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38번 국도가 확장되면서 영월 읍내를 지나지 않게 되면서 영월 읍내가 겪고 있는 문제,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인제군이 겪고 있는 방문객 감소의 문제 등이다. 인프라의 확충이 모든 지역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개발’이라는 화두와 ‘독재’라는 화두가 수식어로 붙는 나라였다. 그 결과로 급속한 경제발전은 달성했으나, 그 이면에서는 향도이촌으로 인한 농촌의 붕괴, 저곡가 정책으로 인한 농업생산성의 저하, 저임금 노동의 확산으로 인한 도시빈민의 증가 등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빈부격차의 심화를 가져왔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공동체 내부의 갈등, 사회 구성원 간의 불신, 각종 범죄의 증가 등 부작용을 탄생시켰다.

      개발독재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는 사회적경제 육성, 마을공동체 육성, 도시재생 등 수많은 지원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러한 지원사업들은 한편으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부작용도 낳고 있다. 예비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기업 지원기간이 끝난 후 고용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사례, 공동체나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행태, 마을공동체 육성을 위해 지원된 교부금으로 인해 평화롭던 마을에 분란이 일어나는 사례, 사업비를 어떻게 써야할 지에 대한 갈등(원주민:이주민, 젊은 주민:늙은 주민 등), 도시재생 사업을 둘러싼 구성원들간의 갈등, 도시재생을 지원하는 지원센터와 주민간의 갈등, 외부 전문가와 주민간의 갈등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의 기저에는 예산집행의 경험이 없는 집단에게 많은 예산이 지급되었다는 점과 공동체의 이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일부 구성원들의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줄어들지 않는 원인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사업대상지 선정에 있어서 여전한 공무원 주도성이다. 대상지 주민들은 사업에 대해 큰 의지가 없으나 민선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이 실적쌓기를 위해 협의되지 않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사업에 선정되고 난 후 대상지 주민들 간, 주민과 공무원 간 갈등이 발생하기 쉽다. 둘째, 선정 후 주민교육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주민교육의 부족은 지원기관의 문제이거나, 주민들의 문제에 기인한다. 지원기관은 의례적으로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주민들은 교육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 시간만 때우고 결과보고서만 잘 작성하면 그만인 것이다. 셋째, 불확실한 사업계획이다. 대상지 주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신청을 하다보니, 선정 이후 주민들과 새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기간에 쫓기는 상태에서 새로 수립된 사업계획이 충실할 리가 없다. 넷째, 잘못된 주민주도성에 대한 인식이다. 그전의 각종 지원사업이 공무원 주도로 이루어져 난맥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주도의 사업계획 수립 및 예산집행이라는 기조가 만들어졌는데, 이를 일부 주민들이 ‘우리가 쓸 예산인데, 너네가 왜 간섭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이 경우 주민들과 공무원·중간지원기관·외부 전문가 간의 갈등이 첨예하기 드러나기도 한다.

       위에서 제기했던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검토와 해결방안 제시’는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의 경우 예산배분 및 집행의 자율성을 일정 정도 확보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육성, 마을공동체 육성, 도시재생 등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의 만남, 공동체에 기반한 사회적경제 기업 육성 등이 대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을 통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다른 지자체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통합적인 중간지원기관을 운영해볼 것을 제안한다.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도시재생이 연결되어 있다면 이들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운영해도 좋을 것이다. 개별 기관들의 경우 정보교류가 쉽지 않지만 통합기관의 경우 정보교류가 원활해질 수 있다. 이 경우 하나의 공동체나 하나의 기업에 대한 지원경험을 공유하고, 후속지원모델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모을 수 있다. 이미 수원시에서는 이러한 통합지원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물론 단점도 나타나고 있으나 장점이 더 많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개발독재가 소통이 아닌 통치에 기반하는 사회였다면 우리 사회는 소통과 협치에 기반한 미래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말과 글로서의 소통과 협치가 아니라 행정행위나 지원 업무에 있어서도 소통과 협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1) 지방예산실무 2011 공통교재, 시·도공무원교육원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