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드 코로나 시대 마을공동체의 역할과 과제

    협동조합 플랫폼 박경란 이사

       코로나 펜데믹이 지난 2년간 전 세계 구석구석을 휘저으며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외출할 때 마스크 착용, 손소독, QR 체크인은 일상화됐고, ‘언택트(Untact)’ 방식의 소비문화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평범한 일상으로의 회복”이라는 표현도 코로나19 이전을 말하는 것인지, 이후를 말하는 것인지 되묻게 한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의 펜데믹 선언으로까지 이어지게 한 코로나19는 여전히 그 끝을 예측할 수 없다. 감염병의 위협은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뉴노멀(new-normal)의 시대를 만들었다.

      코로나19로 빨리 찾아온 미래는 우리들에게 위기와 불안감을 안겨준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고 연대하며 공동체 정신을 실천해야한다는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대면 활동을 기반으로 하던 마을공동체 사업 역시 코로나19로 집합금지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을에서 가까이 지내며 신뢰할 수 있는 이웃,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깨닫는 기회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는 마을공동체에 위기일까? 기회일까?

      위드 코로나 시대 마을공동체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한 코로나19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8월21일~9월4일까지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일상 변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안에서 가능한 활동이 증가하고 외부활동은 감소했다.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활동은 ‘여행’(85.1%), ‘공연·예술·극장 영화 관람’(83.3%), 오프라인 사교 활동(81.5%), 오프라인 쇼핑(72%) 등이었고, 미디어 이용(70.3%), 온라인 쇼핑(63.2%), 배달음식 주문(58.3%), 직접 요리(58.3%), 가사 노동(55.7%) 등은 증가했다는 비율이 높았다.


    출처: 신문과 방송



       월수입의 변화는 ‘증가했다’는 응답자가 2.7%에 그친 반면 ‘감소했다’는 응답자는 43.6%에 이르렀다. 월수입이 ‘감소했다’는 응답자들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감소 비율이 높아졌고, 자영업·판매업(76.7%), 노무직(60%), 서비스직(59.5%)에 종사하는 응답자들의 경제적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정서를 확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응답자들이 ‘걱정과 스트레스’(78%), ‘불안과 두려움’(65.4%), ‘짜증과 화’(60.8%), ‘분노와 혐오’(59.5%), ‘무기력감과 좌절감’(52.4%), ‘외로움과 우울감’(46.4%) 증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출처: 신문과 방송




    출처: 신문과 방송



      이처럼 바이러스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보니 대면 접촉을 피하면서 외부활동이 크게 축소되었고, 식당, 카페, 극장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위험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은 우리 사회의 약한 곳에 선제적으로 타격을 입혔다. 자영업과 노무직 종사자에게 직격탄을 입히면서 50~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 감소 등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졌고, 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은 돌봄 공백을 야기하며 맞벌이, 취약계층 가정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마을공동체와 돌봄

       코로나19의 대유행은 공적 돌봄체계를 마비시켰다. 학교와 어린이집은 휴교·휴원하였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각종 사회복지시설도 폐쇄되면서 지역사회 서비스는 중단되었다. 휴교와 온라인 개학으로 인한 돌봄공백은 고스란히 가정의 몫이 되었고,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 내, 이웃간의 갈등이 드러났다. 공공서비스로 이루어지던 각종 문화여가 활동은 집합금지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이뤄지지 못했고, 도서관, 체육시설 등 공공기관의 공간 사용도 어려워졌다.

       개인적으로 2016년부터 마을공동체 ‘하평길 사람들’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하며 마을 활동을 하다보니 마을 안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보였다.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을 때 엄마들 사이에는 디지털기기와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아이들의 하루 세끼 식사를 챙기는 것에 독박육아에 대한 억울함(?)이 소환됐다. 확진자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중단’ ‘취소’ ‘폐쇄’라는 말이 이어지면서 내 의지와 무관하게 손발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듯한 무기력감에 시달리는 이웃들이 보였다.




       코로나19는 마을공동체 활동에도 큰 걸림돌이었다. 대면 활동으로 해오던 마을공동체 사업이 집합금지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제약을 받았다. 사업비를 지원해주는 기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집합을 금지시켰고, 비대면 활동으로의 전환을 유도했다. 그동안 모여서 먹고 놀고 즐기며 협동하는 활동으로 펼쳐온 마을공동체 사업을 하루 아침에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단 멈춤의 시간이 이어졌고, 공동체 사업에 대한 모니터도 강도 높게 진행됐다.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점점 일이 되어 버린 마을공동체 활동에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무엇보다 대면 활동이 줄어드니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유대관계가 흐려지는 듯했다.

       ‘하평길 사람들’ 공동체는 코로나19로 인한 이웃들이 처한 고민과 문제에 집중했다. 마을공동체 활동 거점 공간을 중심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활동 시간대를 다양화해 문을 닫아버린 공공기관들을 대신해 문화여가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공예활동도 하고, 글쓰기 활동도 하고, 스마트폰 활용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주말과 여름방학에는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웹툰 그리기도 해보고, 환경 지키기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한달에 한번이지만 함께 모여 반찬을 만들며 수다 떠는 것으로 숨통이 트였다. 10살된 아들과 유럽 여행을 다녀온 주민이 이탈리아 음식으로 한상 차려준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떠나지 못하는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타로읽기 활동으로 각자의 고민과 걱정을 나누며 다정한 위로와 응원을 받았던 것도 힘이 되었다. ‘코로나19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하면서 지구환경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고, 우리 마을에서 활동하는 다른 공동체와 그 공간을 찾아 연결의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렇듯 마을공동체 활동은 이웃들과의 교류, 돌봄 뿐만 아니라 나를 돌보고, 성찰하는 활동이기도 했다.




    ◇비대면 시대 마을공동체 역할

       비대면 시대에 마을공동체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감염병의 대유행 속에 공적 돌봄체계가 마비되다 시피하면서 마을단위의 돌봄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곳곳에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관계망이 필요하며, 위기 속에서는 재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 지역내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을공동체는 주민으로 살면서 필요하고 어려운 일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스스로 해소할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어 함께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이웃과의 생활 관계망이다. 이런 마을공동체는 주민들의 역량을 키우는데 배움과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마을활동을 먼저 경험한 주민들은 이웃들과 그 경험과 기회를 공유하고, 연대하며 서로의 성장을 도와야한다. 행정과 중간지원조직 역시 주민들의 경험이 지역사회와 연결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안전한 대면을 위해서는 마을내 소규모의 다양한 공간에 대한 정보와 이들 공간들 간의 연결, 무엇보다 마을공동체들 간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되 고립되지 않은 신박한 아이디어 발굴도 중요하다.




       비대면 시대 마을공동체 활동에 있어 또하나의 고민은 도시와 농촌지역의 격차 해소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농촌지역은 ‘주민 스스로, 자발적으로’에 한계가 있다. 특히 농촌지역 주민들이 직접 마을공동체 사업을 기획, 실행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활동 인력의 부재, 정보 접근성이나 실행력이 더딘 농촌지역의 마을공동체 활동을 위해서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새로운 접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강릉시에서는 문화도시 조성 사업으로 ‘마을문화 디자이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활문화활동 소외지역인 농산어촌지역 1개읍, 7개면에 각 1명씩 총 8명의 마을문화 디자이너를 파견해 주민들의 문화향유 실태와 욕구를 찾아 정책적으로 해소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마을문화 디자이너는 주민과 행정, 문화도시지원센터(중간지원조직) 사이를 오가며 주민들의 생활문화 활동 욕구를 파악하고 주민의 관점에서 다양한 해결방안을 고민하며 주민과의 활동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지속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을 위한 과제

       강원도는 광역 단위에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춘천시가 재단법인으로 마을자치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2008년 도내에서 처음으로 설치돼 운영되었지만 2019년 말 시의회에서 마을 만들기 관련 운영 및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문을 닫아야 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주민 공모사업을 통해 마을활동의 경험을 쌓고, 공동체 기반을 다지면서 마을 안에서 다양한 주체들과 소통하며 연대해 가기 위해서는 마을 단위로 활동주체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을 위한 거점 공간지원과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일부 주민공동체 활동 사업의 경우 총 사업비에서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 전담인력에 대한 활동비 지급이 가능하다. 마을활동가들의 열정과 의지에 기대어 지속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마을의 공공 유휴공간을 활용해 주민공동체 활동 공간으로 제공하고, 더 나아가 주민공동체가 직접 위탁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 지원하는 것 역시 주민공동체의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