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한 해의 풍요로운 결실을 맺는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스쳐가는 바람에도 맑은 햇살에도 가을내음이 물씬 풍겨 설레임이 가득한 계절입니다. 하지만 설레임도 잠시, 코로나19의 전국적인 유행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은 모두 멈춰버렸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 초·중·고교 학생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됨에 따라 집콕 생활을 하게 되었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평소 밖에 있었던 낮 시간대에 집에 있으면서 듣게 되는 여러 소음이 갈등의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주민들이 밀집되어 있는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이나 이웃갈등 등의 갈등문제가 심화되고 있는데요, 이를 공동체 활동을 통해 풀어가고 있는 마을공동체가 있어 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 뉴시티코아루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단체사진 ©뉴시티코아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이번에 소개할 공동체는 바로 춘천 소재의 ‘뉴시티코아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마을공동체입니다. 춘천 사농동에 위치한 뉴시티코아루 아파트에는 463세대, 약 1,440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의 연령대는 주로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가 공존하며, 현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함에 따라 외부활동의 제약이 많은 상황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 아파트 내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 문제, 흡연문제, 주차문제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심이 되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에 대해 고민하였고, 이해와 배려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공동체 사업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014년부터 아파트 옆 유휴지에 텃밭 80두락을 조성하여 입주민에게 무상 분양을 하였고, 텃밭 가꾸기 활동을 진행함으로써 주민 간 소통 단절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현재 뉴시티코아루 입주자대표회의는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서 2년차 성장단계로 진입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아파트 바로 옆에 위치한 텃밭을 활용하여 텃밭 환경개선, 씨앗 및 모종나누기, 가든파티, 간담회 등을 계획하였습니다. 텃밭분양은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세대별로 신청을 받아 진행되는데, 올해는 무려 90세대가 마을공동체 활동에 함께 참여한다고 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김석윤 회장과 뉴시티코아루 아파트 조영욱 관리사무소장은 “텃밭 가꾸기 활동은 빈 땅의 환경을 개선하는 의미를 넘어 입주민들 사이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며,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의 지속성을 강조하였습니다. 텃밭 가꾸기 활동을 하며, 주민들이 자연스레 교류하게 되었고 유대감과 소속감이 생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 모종을 심고 있는 입주민들의 모습 ©뉴시티코아루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외부활동을 하는데 있어 제약이 많은 젊은 부모와 고령의 어르신들은 텃밭 가꾸기 활동에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텃밭 활동은 멀리 가지 않아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 아이들의 체험활동 장소가 되기도 하고, 어르신들에게는 답답한 집콕 생활에서 벗어나, 이웃을 만나 교류하며 삶의 생기와 활력소를 얻을 수 있는 장소가 된다고 합니다.

       텃밭은 1번부터 90번 까지 번호가 부여되어있고, 모두 4평(13.22㎡)정도의 규모입니다.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삼삼오오 모여 제비뽑기로 텃밭 구획을 배정받고, 가족단위로 모여 파종을 준비하는 등 즐겁고 활기찬 공동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조영욱 관리사무소장은 “텃밭 가꾸기 활동을 전개하면서 아파트 내의 갈등 및 민원 접수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입주민들 간 소통의 기회로 형성된 유대감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신뢰를 쌓게 하였고, 이로 인해 아파트 내 갈등이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공동체 활동이 지속되면서 텃밭은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여 세대별로 채소를 공급하는 수단의 용도가 아닌, 입주민들의 공동체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김석윤 회장은 “텃밭을 가꾸면서 다양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활동을 전개함에 있어 어려운 점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였습니다. 바로 농사를 짓는데 가장 중요한 ‘수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입주민들은 텃밭 사업 초반부터 지금까지 텃밭에 필요한 물을 공급할 때 단 하나의 수도를 이용해왔다고 말하며, 하나의 수도로 90세대가 농사를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각자 조리개를 이용하여 물을 주고 있는데, 수도와 가까운 위치의 텃밭은 물 공급이 원활하지만, 꽤 먼 거리에 있는 텃밭을 분양받은 입주민들은 여러 번 왔다 갔다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수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구성원들은 빗물 저장고나 지하수 펌프 설치 등과 같은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오늘도 함께 회의하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 입주민들이 가꾼 텃밭의 가을 모습 (9월 18일)



      입주민들이 열심히 가꾼 봄의 텃밭에서는 옥수수, 고구마, 땅콩,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등 다양한 작물들이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유기농으로 재배되어 건강하고 정성 가득한 농산물들을 가족과 함께 먹기도 하고 이웃과 나누며 아파트 내 나눔문화를 조성하고 있었습니다. 가을에는 배추와 무, 갓, 쪽파를 경작하여 경로당에서 ‘김장하기 행사’와 농작물을 나누는 ‘가든파티’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작년 가든파티 당시 입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함께 나눔 행사에 참여하여 아파트 간 교류의 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어 저희 강마공도 ‘김장행사’와 가든파티‘에 참석하여 주민분들과 도란도란 마주하고 싶습니다.

      뉴시티코아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공동체가 아파트 내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의 방법으로 선택한 텃밭 가꾸기 활동은, ‘나눔’과 ‘소통’문화를 선도적으로 만든 우수한 공동체 활동인 것 같습니다. 사업 경험이 쌓일수록 텃밭 가꾸기의 노하우도 축적되어 이제는 아파트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공동체 활동을 전개할수록 입주민들 간에 공동체성이 형성되었고, 이는 상호 간 결속력과 단결력을 향상시켜 활동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 텃밭 모종나눔 행사 사진 ©뉴시티코아루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소통과 교류가 없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공동체라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뉴시티코아루 아파트의 공동체 활동을 보며 기존에는 공동체 유형의 분류를 크게 도시공동체와 농촌공동체로 구분하였다면, 도시공동체 내 아파트공동체의 유형으로 구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는 시설 및 공간을 공유하며, 여느 마을보다 주민들이 가깝게 밀집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뉴시티코아루 아파트 입주민들은 스스로 아파트 내 생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공동체 활동을 전개하며 공동체성을 복원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생활패턴과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모습을 보며, 아파트공동체는 다양한 공동체 유형 중 하나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공동체 사례를 통해 강원도 곳곳의 주민들에게도 도시, 농촌, 아파트 등 여러 곳에서 공동체가 복원되고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아파트 공동체! 아자아자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