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경 란 협동조합 플랫폼 이사
    (전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


      강릉시는 2007년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참 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전국 콘테스트’에서 우수 지자체로 선정되면서 상사업비로 받은 2억 원의 활용 처를 고민하다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설치·운영을 추진하였다.

      2008년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강릉의제21(현 강릉지속가능발전협의회) 부설로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운영됐다. 마을센터는 강릉지역 마을에서 진행되는 각종 소모임 활동과 마을만들기형 공모사업 등을 준비하며 주민교육 및 현장 지원활동을 했다. 이러한 강릉의 마을활동 지원 노력으로 2011년에는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지원 조례가 제정되고, 이듬해에는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민간위탁에 이르며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또한 행정자치부의 ‘참 살기좋은 마을가꾸기사업’으로 시작된 주민 주도의 공모사업은 2011년부터는 강릉시 독자사업으로 발전하였다. 일찍이 마을만들기 활동 경험이 쌓인 강릉시는 2014년부터 시작된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서도 양적으로 질적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확대, 대내외적인 호평에도 불구하고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비롯한 마을만들기 관련 사업은 매년 강릉시의회로 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민간위탁에 대한 행정의 불신도 컸다. 2년 연속 ‘위탁기간 1년’으로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민관협치’의 의미를 무색하게 했다. 한때 2억4000만원에 달하던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지원사업’ 공모 예산은 2018년 1억 원, 2019년 5000만원으로 반의 반 토막이 났다. 주민 공모사업 예산이 축소되자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는 인원 감축이 요구됐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만들기 활동의 가치, 주민공동체 활성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에 필자가 소속된 협동조합 플랫폼에서는 2019년 설치된 강릉시 도시재생지원센터와의 통합을 전제한 ‘위탁기간 1년’이라도 맡아보기로 했다. 이전에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10여 년간 위탁해온 (사)우리마을의 운영 노하우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겠지만 협동조합 플랫폼은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존립과 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마을만들기 활동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상근 인력 2명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부족한 행정 예산은 타기관 공모사업을 통해 확보하고, 타기관 사업과의 연계활동을 통해 마을만들기와 마을공동체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했다.

      하지만 행정은 의회의 요구에 따라 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도시재생지원센터의 통합을 추진했고, 2020년 사업 예산 수립을 위해 마을만들기 사업 관련 담당 부서가 12월 일자리경제과에서 도시재생과로 변경됐다. 조직 통합 과정을 거쳐 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강릉시 도시재생지원센터 하부 조직으로 재편되었음에도 시의회에서는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운영 예산을 비롯해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원사업 예산마저 전액 삭감했다. 표면적 이유는 주민 공모사업인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원사업 예산에 비해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운영 예산이 더 커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단순히 주민 공모사업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으로만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어떤 일을 해왔으며 하고 있는지, 대내외적인 관심과 평가는 어떠한지, 마을만들기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등등 소명도 변명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센터는 문을 닫아야 했다.

      많이 늦었지만 이렇게나마 강원도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뉴스레터를 통해 주민과 행정 사이의 중간지원조직으로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짧게나마 운영해본 경험과 아쉬움을 나눠보고자 한다.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사업과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추구했던 핵심 목표는 주민 성장을 통한 주민 자치 실현이었다.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지속가능한 마을, 주민이 스스로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를 비전으로 ‘강릉형 마을만들기’ ‘마을만들기 사업 전문성 및 지속성 강화’, ‘주민참여형 홍보 확대’ 등을 목표로 운영했다. 이를 위해 △주민 공모사업 지원을 비롯한 △주민교육 △네트워크 지원 △연구·홍보사업 등을 수행하며 마을공동체 회복과 주민 자치역량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 주민 공모사업

      주민 공모사업은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원사업’과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이 주축을 이뤘다. 마을센터는 이들 주민 공모사업의 홍보를 시작으로 사업계획서 작성, 회계지침 안내, 사업 모니터링, 정산보고 등 주민들의 행정 실무를 지원했다.

      행정자치부의 ‘참 살기좋은 마을가꾸기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을단위 지원 사업이 시작된 강릉시는 2007~2019년까지 13년간 총 170개 사업 신청이 있었고 115개 사업에 대해 18억2700여만 원의 보조금이 지원되었다.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의 경우 꽃길조성, 마을안내판, 쉼터조성 등의 시설물 설치 사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이는 2007년 참 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이 계기가 되었고, 사업 초기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참여가 이루어지면서 마을경관 개선 및 정자 등의 쉼터 조성 사업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을 해설사 양성, 문화가 있는 삶, 공동육아 등 사업유형이 다양화되고 있었다.

    <표-1>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원사업 연도별 지원 현황
    연 도 예산규모 선정마을 수 신청마을 수
    2007년 1억8000만원 9 9
    2008년 1억8000만원 9 14
    2009년 2억4000만원 12 17
    2010년 1억9999.8만원 10 10
    2011년 1억6000만원 8 15
    2012년 1억 원 4 12
    2013년 1억7500만원 7 11
    2014년 1억 원 5 7
    2015년 9900만원 5 13
    2016년 1억7100만원 13 14
    2017년 7760만원 11 11
    2018년 9483.2만원 13 14
    2019년 5,000만원 9 23
    합계 18억2743만원 115 170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은 2014~2019년까지 6년간 강릉지역에서는 55개 공동체가 참여해 지원을 받았고, 올해에도 17개 마을공동체가 참여한다. 또한 주민교육 프로그램, 문화·복지, 마을축제 및 플리마켓, 마을 돌봄 등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원사업 유형보다 다양할 뿐 아니라 참여 공동체 유형도 다양하다.

      특히 지난 6년간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이 진행되면서 강릉은 우수사례 평가에서 2016년(중앙동 작은정원), 2018년(포남2동 한솔아띠) 두 차례 최우수 공동체가 선정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표-2>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연도별 지원 현황(강릉시 선정 기준)
    연 도 예산규모 선정공동체 신청공동체
    2014년 2190만원 5 확인안됨
    2015년 7510만원 9 18
    2016년 3057만원 6 18
    2017년 5962만원 12 12
    2018년 7096만원 13 14
    2019년 7000만원 10 30

    # 주민교육

      교육은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핵심 활동 사업이다. 주민교육은 △주민역량강화 교육 △찾아가는 주민교육 △우수마을 학습여행으로 진행됐다.

      먼저 ‘주민역량강화 교육’은 마을활동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을 안에서 주민들이 만나 참신한 활동으로 즐거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며 활동을 지원하고자 했다. 주로 주민 공모사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공동체를 꾸리고자 하는 주민이 대상이 되었고, 교육은 마을공동체에 대한 기본 이해를 시작으로 마을활동 사례 중심 교육, 마을의제 찾기, 사업 기획 및 계획서 작성을 학습하는 과정으로 진행하였다.

    △ 주민역량강화교육 활동 모습


      ‘찾아가는 주민교육’은 주민 공모사업에 참여하거나 참여 경험이 있는 마을공동체를 찾아가 공동체 활동 단계에 맞는 맞춤형 교육으로 지원하였다. 새내기 공동체로 주민 공모사업에 참여한 경우에는 마을공동체에 대한 기본 이해와 공동체 활동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교육으로 지원했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마을 내 소득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보드게임을 통한 사회적 경제 이해하기’ 혹은 타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공동체 활동 유형이 유사한 마을공동체 활동가를 연결해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했다.

      이는 기존에 주민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참여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모사업 진행이 활동에 주를 이루면서 마을공동체 활동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도한 것이었다. 찾아가는 주민교육은 기대만큼 교육 신청이 많지는 않았지만 참여한 공동체의 만족도가 높고 결집력을 다지는데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 찾아가는 주민교육 활동 모습


      ‘우수마을 학습여행’은 주민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공감대 형성 및 공동체 주민들의 사기진작, 타 지역 우수마을 벤치마킹을 통한 마을별 차별화 전략 수립을 돕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예산 운영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주민 공모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에 한해 학습여행 참여를 제한해 아쉽기도 했지만 타 시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공동체 활동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 우수마을 학습여행 활동 모습



    # 네트워크 사업

      2019년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운영을 맡아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각각 활동하고 있는 마을공동체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상당수의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이 타 공동체와 네트워크, 협력의 필요성을 요구했고, 센터 역시 교육 지원 이외에 지속적으로 마을활동가들을 발굴·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먼저 마을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처음 마련된 워크숍인 만큼 ‘마을활동 활성화를 위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마을 공동체 관련 사업과 활동에 내실을 다지기 위한 주민참여 활성화, 중간지원조직의 기능 강화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오랫동안 마을 활동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주민 공모사업으로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애쓰는 마을활동가들의 고충은 컸다.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성장을 돕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예산과 지원방식에는 현실의 벽이 높았다.

      이에 강릉원주대 링크사업단의 지역사회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온(ON)동네 파티’를 열었다. 마을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주민리더, 활동가들을 초청해 서로의 고충과 열정을 나누며 보다 깊이 있는 관계 형성을 도왔다. 다음 단계로 이들 공동체 리더와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가칭 ‘강릉마을넷’으로 연결해 지속적인 성장과 지역사회에서의 활용을 찾고자 했으나 센터의 운영이 종료되면서 현재는 답보상태다.

    △ 온(ON)동네파티 활동 모습


      또한 그동안 행정 주최로 진행된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사례 발표’를 지난해에는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주관해 ‘성과공유회’로 진행했다.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사업에 참여한 마을공동체들의 활동을 사진전시회와 함께 사례 발표로 공유했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공동체 활동의 감동 스토리가 소개되면서 객석은 박수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 강릉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사례발표 모습



    # 연구·홍보사업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존립과 정상화를 최우선으로 위탁을 받은 만큼 마을 활동과 행정 사이에서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역할과 위상 정립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협동조합 플랫폼에서는 센터 위탁과 동시에 그동안 마을공동체 사업과 활동에 대한 자료 정리 및 현장 모니터, 주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마을사업에 대한 주민 인식과 중간지원조직으로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역할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자 했다.

    마을사업의 긍정적 경험 -만남과 소통을 통한 주민의 공론의 장 형성
    -마을에 대한 관심 확장
    -마을 사업과 공동체의 필요성 인식
    -자발적인 주민 참여와 주민 주도적 사업 수행 후 자신감 상승
    -주민의 창의적, 주도적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통한 주인의식 향상
    -주민 주도의 사업 기획 및 수행을 통한 애향심 고취
    -친목과 갈등, 토론, 이해, 화합 등의 과정을 반복하며 참여 주민 스스로의 성장
    마을사업의 부정적 경험 -구성원들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 분쟁
    -사업 선정 및 심사에 대한 불신
    -예산 규모 등 지원 체계의 잦은 변경으로 인한 공동체 사업 기획의 불안
    -공모사업 신청 기간이 짧아 사전 준비 기간 부족
    -공동체 확장의 어려움
    -예산 집행의 유연성 부족
    자료 : 2019년 3~5월 주민인터뷰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 바란다’ 중에서
    기존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 대한 생각 -주민 참여 활성화에 기여
    -마을 리더 양성, 주민 역량 강화에 기여
    -주민간의 갈등 중재 및 만남에 동행
    -센터 인력 부족으로 인한 주민교육 및 지원 요청 대응 지연
    -홍보 부족
    -행정과의 협력 부족으로 중간지원조직 역할에 소극적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 바라는 점 -마을과 주민의 특성 및 다양한 욕구에 따른 맞춤 지원 필요(예: 도심과 농촌지역 각각에 전담 인력 배치)
    -마을사업 기획 이전 단계에서부터 교육, 컨설팅 지원 필요
    -센터의 안정적 운영 필요(SNS 홍보 강화, 세미나, 포럼 등 개최를 통한 성과와 반성 공유)
    -지역 내 다양한 공동체 발굴과 연결, 활용 및 확장 필요
    -소신 있는 역할 수행으로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인식 전환
    자료 : 2019년 3~5월 주민인터뷰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 바란다’ 중에서


      기존 마을활동 사업에 대한 자료 정리 및 현장 모니터, 주민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강릉원주대 링크사업단과 연계해 ‘강릉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마을사업 활동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마을사업에 대한 피드백 및 공론화, 주민 자치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지원, 중간지원조직의 기능 강화를 위한 일관성 있는 지원과 센터 직원들의 역량강화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또한 홍보사업으로 강릉문화재단과 함께 통계지리정보서비스를 활용해 ‘마을공동체 통계지도’(강릉시청 홈페이지 공개/개방 통계정보)를 구축해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이외에도 유형별로 마을 활동을 분류하고 현장 모니터를 거쳐 우수마을에 대해 타 지역 공동체의 방문 요청 시 연계해 활동 사례를 공유하도록 했다.




      2008년 안산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설치 이후 조례제정과 더불어 마을지원 중간지원조직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비록 짧은 1년이었지만 협동조합 플랫폼 조합원들은 최선을 다해 마을 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지키고, 확산하고자 노력했다.

      주민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공모사업을 통해 마을활동의 경험을 쌓고, 공동체를 기반으로 내가 살고 있는 마을로 관심과 참여를 확장하고, 마을 안에서 다양한 주체들과 소통하며 삶터를 보다 살기 좋게 가꾸어가는 것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지와 노력만을 독려하기에는 학습의 양도 많고, 환경 변화도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대화모임, 기획사업 활동, 마을계획 수립 등 마을 단위로 마을만들기 활동 주체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며 주어진 많은 과제들을 수행해나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한다.